투자자 사전동의 없는 유상증자,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모두 받을 수 있을까? – 대법원 2021다293213 판결

Article posted in 2026-06-23 11:27:00 | VEAT

투자계약에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지분 희석과 투자조건 변경을 통제하기 위한 중요한 보호장치입니다. 특히 회사가 투자자 사전동의 없이 유상증자를 진행한 경우, 투자자는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함께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본 칼럼에서는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및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4. 6. 28. 선고 2023나2029599 판결을 중심으로, 투자자 사전동의 없는 유상증자와 조기상환·위약벌 청구의 효력, 그리고 투자계약 설계 시 유의할 점을 살펴봅니다.

 

  • 투자자 사전동의 없는 유상증자, 어떤 사건이었나요?

투자자(원고)는 2016. 12. 한 코넥스 상장사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20만 주를 2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투자계약상 반드시 받아야 할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지 않은 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합계 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투자자가 “동의 절차를 위반했으니 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투자자는 투자계약에 따라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함께 청구했습니다. 청구 규모는 총 48억 원 상당이었습니다.

 

  • RCPS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조기상환·위약벌 조항

회사가 위반한 사전동의 조항은 투자계약서 제21조 제1항이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회사가 일정한 사항을 진행하기 전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원고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1. … 원고의 최종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 …
2.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이는 회사가 기존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저가 유상증자나 자본금 변동 등을 할 때, 반드시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여 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임의로 희석되는 것을 막는 조항입니다. 위반 시 투자자가 행사할 수 있는 조기상환·주식매수청구권은 투자계약서 제31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투자자의 시정요구가 있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않은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또한 제31조 제2항은 위약벌 산식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약벌로 다음 1호와 2호의 합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1. 원고가 투자한 원금과 투자일로부터 이 사건 주식 조기상환 완제일까지 연 7%의 금액을 가산한 금액
2. … 채권보전을 위해 지급한 제반 비용.”

회사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을 위반하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미리 회수하고 조기상환에 더해 위약벌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구조였습니다. 다만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은 제19조에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한계도 두었습니다.

 

  • 대법원 및 파기환송심의 판단: 조기상환과 위약벌의 결론

대법원은 투자계약서 해석과 관련하여 주주평등 원칙, 투자자 보호 약정, 투하자본 회수 약정의 효력에 관한 기초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주주평등 원칙상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자금조달의 필요성, 다른 주주의 불이익 부재 등 차등 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보면서도, 동의권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명목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 금액이 과다한 경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다시 진행된 환송심은 회사의 재무 악화와 투자유치 필요성을 인정하여, 투자자 사전동의권 약정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이루어진 유상증자는 투자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결론은 조기상환청구와 위약벌 청구에서 달라졌습니다. 조기상환청구의 경우, 자본충실 원칙상 상환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데, 당시 회사가 결손 상태였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위약벌 청구에 대해서는 투자계약상 위약벌 조항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위약벌에 부가되어 있던 연 7%의 가산금에 대해서는, 위반 내용이나 손해와 무관하게 시간에 비례하여 상한 없이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투자원금 상당액인 20억 원을 위약벌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위약벌 책임은 투자계약상 회사와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 조항에 따라, 회사뿐 아니라 대주주 개인도 함께 부담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스타트업 투자계약상 투자자 사전동의권 약정과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투자자 사전동의권 약정그 위반에 따른 위약벌 조항이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음을 확인한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다만 조기상환청구는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경우 실제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보여줍니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투자금 회수 수단을 단순히 조기상환에만 의존하기보다, 상환청구권, 위약벌, 주식매수청구권, 창업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책임 조항 등을 다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위약벌 산식이 과도하거나 시간에 비례해 상한 없이 증가하는 구조라면, 분쟁 과정에서 일부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투자계약을 설계할 때에는 위약벌의 금액, 산정 방식, 가산금 구조,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유상증자나 자본금 변동 등 주요 경영상 행위를 진행하기 전 해당 조항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유상증자는 조기상환, 위약벌, 손해배상 등 투자금 회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비트는 벤처·스타트업 투자계약의 설계와 투자금 회수 분쟁의 소송 수행을 다수 자문해 온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투자자 사전동의권, 조기상환권, 위약벌, 주식매수청구권, 창업자·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 조항을 검토 중이거나 투자계약 위반으로 인한 투자금 회수 분쟁이 발생했다면, 초기 단계부터 법무법인 비트와 대응 전략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