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사용 한도를 우회하는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을까?

Article posted in 2026-09-16 11:12:48 | VEAT

동시사용(concurrent) 방식으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한도를 기술적으로 우회하여 약정한 최대 동시사용자 수보다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동시사용 방식의 소프트웨어에서 라이선스 한도를 우회하는 보조 프로그램으로 인해 최대 동시사용자 수를 넘어서는 복제가 이루어진 사안에서, 해당 일시적 복제에 독립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오늘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12523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나27205 판결을 거쳐 대법원 2016다20916 판결로 확정된 사건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일시적 복제의 관계, 그리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거래에서 유의할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어떤 사건이었나요?

이 사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종료하지 않은 채 비활성화하고, 해당 프로그램에 할당된 라이선스만 서버에 반환시키는 방식이 문제되었습니다.

설계용 소프트웨어인 카티아(CATIA)는 ‘동시사용(concurrent)’ 방식으로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라이선스 서버가 접속 순서대로 라이선스를 할당하고, 구매한 수량이 모두 소진되면 누군가 라이선스를 반납할 때까지 다른 사용자는 기다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한 판매대리점이 “라이선스를 추가로 확보해 준다”는 보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판매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카티아를 종료시키지 않고 비활성화만 한 채 라이선스를 서버에 반환시키고, 그렇게 반환된 라이선스를 다른 사용자가 새로 할당받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비활성화된 카티아가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라 RAM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프로그램은 RAM에 계속 적재된 상태로 남아 있지만 라이선스 서버에는 해당 라이선스가 반환되고, 반환된 라이선스를 다른 사용자가 다시 할당받는 구조​였습니다.

이에 따라 약정한 최대 동시사용자 수를 넘어서는 복제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판매대리점은 이를 “약 20%의 라이선스를 더 구매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 RAM에 프로그램이 남아 있는 것도 저작권법상 복제일까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RAM에 프로그램이 적재되는 경우에도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는 ‘복제’의 개념에 일시적 복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저장하거나 별도의 파일로 복사하는 경우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구동하면서 RAM에 일시적으로 적재하는 경우에도 복제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 복제가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2는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일시적 복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비활성화된 카티아가 종료되지 않은 채 RAM에 남아 있는 것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한 복제인지, 아니면 그 범위를 넘어서는 복제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 쟁점이 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조항

일시적 복제가 허용되는 범위와 함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서 어떠한 범위까지 이용을 허락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라이선스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본 계약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어떠한 권리나 라이선스도 최종 사용자에게 허용되지 아니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이용, 즉 최대 수량을 초과하는 복제는 이용허락의 범위 밖이라는 근거가 되는 조항입니다.

이용허락의 범위에는 단순한 ‘사용(use)’뿐 아니라 ‘액세스(access)’​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구동하여 액세스하면 RAM에 일시적 복제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복제 역시 약정한 최대 수량의 범위에서 허용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해당 조항과 관련된 법률로는 복제의 개념에 일시적 복제를 포함시킨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와, 일시적 복제를 일정한 범위에서 면책하는 같은 법 제35조의2가 문제 되었습니다.

 

  • 왜 단순한 라이선스 관리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가 문제됐을까요?

핵심은 라이선스를 반환하는 기능 자체보다, 그 결과 약정한 최대 동시사용자 수를 넘어서는 프로그램의 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항소심은 비활성화된 카티아를 종료하지 않고 RAM에 남겨 두는 복제가 이용자의 단순한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기존 프로그램은 RAM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해당 라이선스만 반환되고, 반환된 라이선스를 다른 사용자가 새롭게 할당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라이선스를 반환한 이후에도 기존 프로그램의 복제 상태가 유지되면서 다른 프로그램이 새롭게 실행될 수 있었고, 사실상 약정한 최대 라이선스 사용 한도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에서 “일시적 복제 자체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저작권법 제35조의2에 따른 면책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과 결론

대법원은 동시사용 라이선스에서 최대 라이선스 사용 한도가 유상 거래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의 일시적 복제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사용 방식에서는 구매한 라이선스 사용 한도에 따라 동시에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집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보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추가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고도 기존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라이선스 판매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해당 일시적 복제가 단순한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았고, 저작권법 제35조의2에 따라 면책되는 일시적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일시적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되었고, 이 결론은 1심부터 항소심, 대법원까지 유지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보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판매한 판매대리점에 대해서는 최종 사용자의 저작권 침해를 방조한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이 판결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한도를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도구가 저작권, 특히 일시적 복제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벤더로서는 이용허락의 범위에 ‘사용(use)’과 ‘액세스(access)’​를 함께 규정하고, 명시되지 않은 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최대 라이선스 사용 한도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명확하게 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라이선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개발사도 소프트웨어의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실제 작동 방식이 라이선스 통제를 우회하여 약정한 최대 사용량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드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용허락의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복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복제가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편의를 넘어 별도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 이용인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프로그램이 종료되는지, 비활성화된 이후 RAM에 어떠한 상태로 남아 있는지, 라이선스 서버가 언제 라이선스를 반환하고 다른 사용자에게 다시 할당하는지 등 소프트웨어의 실제 기술적 작동방식이 법률 판단과 직접 연결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분쟁은 계약서의 문언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되고 라이선스가 관리되는지를 파악한 뒤, 이를 계약상 이용허락의 범위와 저작권법상 복제의 문제로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비트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EULA)의 설계와 검토, 그리고 저작권 침해와 라이선스 초과사용을 둘러싼 분쟁을 다수 자문해 온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침해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과 방어 소송까지,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이용구조와 법률상 이용허락 범위를 함께 검토하여 자문을 제공합니다.

 

  • 관련 법령 및 판례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제35조의2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125231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4나27205 판결

- 대법원 2016다20916 판결